[더팩트|이상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며 길고 긴 대권 도전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국민 다수의 선택을 받은 그는 거대 여당과 함께 새 정부 출범의 탄탄대로를 예고했다.
이 당선인이 대통령 자리에 오르기까지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더구나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어린 시절은 남들처럼 천진난만한 꿈으로 가득하지 않았다.
1964년 경북 안동 예안면 도촌리에서 5남 4녀 중 다섯째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까지 졸업하고 1976년 가족과 함께 경기도 성남으로 이사했다. 가난했던 집안 사정 탓에 중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던 그는 만 13세부터 6년간 공장에서 소년공으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비록 학교에는 갈 수 없었지만 학업에 대한 욕심은 포기할 수 없었다. 중·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한 그는 대입 학력고사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내며 중앙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다.
1986년 제28회 사법고시에 합격하면서 사법연수원에 들어간 그는 당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강의에 감명받아 인권변호사의 길을 택한다. 1989년 성남에 변호사 사무소를 개업한 그는 1995년 성남시민모임 창립 구성원으로 합류하면서 시민운동가로 길을 넓힌다. 2003년에는 성남에서 공공의료기관 설립을 위한 서명 운동을 폈다.
이는 2004년 3월 시 의회 '성남시립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정으로 이어졌으나, 새누리당 주도로 안건이 부결되자 그는 직접 정치에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2006년 성남시장 선거와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며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소년공으로 일하면서도 학업을 병행하던 근성은 그를 또다시 도전의 길로 인도했다.
마침내 2010년 민선 5기 성남시장에 당선되면서 정치 무대에 발을 들인 그는 재선으로 입지를 굳히는 데 성공한다. 이후 그의 시선은 더 큰 무대로 향한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 민주당 경선 후보로 참여했으나 최종 3위로 아쉬움을 삼켰다.
이후 정치적 입지와 인지도를 바탕으로 2018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그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 중앙을 향한 전진을 시작한다. 2022년 제20대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며 '재수'에 나섰으나 0.73%P차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밀려 낙선한다.
정치 인생 갈림길에 선 그는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인천 계양을로 출마해 지역 주민의 선택을 받고 배지를 달아 국회에 입성한다. 두 달 뒤 당 대표로 선출된 그는 2024년 5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재선으로 배지를 지켜냄과 동시에 민주당 181석을 이끌며 리더십까지 인정받으면서 차기 대권 가도에 탄력을 받는다. 그러는 도중 윤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에서 물러나며 조기 대선 정국이 펼쳐졌고, 그에게 세 번째 대권 도전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위기가 찾아온다. 올해 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 무죄로 기사회생하는가 싶었으나, 대법원이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면서 다시 그의 앞길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파기환송심을 맡는 서울고등법원이 그의 재판 일정을 지난달 15일에서 대선 이후인 이달 18일로 연기해 사법리스크는 소강상태가 됐다.
이 당선인은 대선 기간 '빛의 혁명'을 강조해 왔다. 내란의 어둠을 민주의 빛으로 몰아내자는 것이다. 그의 당선은 곧 '빛의 혁명'의 완수를 의미한다. 소년공 시절 흘린 피땀과 눈물은 훗날 그가 숱한 정치적 역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됐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꿈꿔온 세상을 비추는 혁명의 빛으로 이어졌다.